토리로그

그 닭볶음탕은 볶지않았다.

내가 어릴때만 해도 닭도리탕이었다. 닭볶음탕이라는 단어는 내가 중학생때쯤 생긴 것 같다. 어느순간 닭도리탕의 도리가 일본어 とり에서 나온 말이라며 닭도리탕은 일제의 잔재라며 우리말 순화 운동이 벌어졌다.

나야 일본을 좋아하지만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자는 뜻에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닭도리탕의 도리가 정말로 일본어 토리에서 나온 말인가? 토리 라는 단어는 새라는 뜻이며 닭의 뜻을 가진 니와토리를 줄여서 토리라고 불러 흔히 토리라고하면 닭을 떠올린다. 그렇다면 닭도리탕은 닭새탕, 닭닭탕이 되는 것인데 이게 뭔말인가?

의미를 알기 어려운지 도리가 토리에서 왔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순화시키니 도리가 새나 닭으로 바뀐 것이 아니라 볶음이라는 조리법으로 바뀌었다. 닭닭탕이나 닭새탕보다는 그럴싸해 보인다.

그런데 대부분의 닭볶음탕, 닭도리탕의 조리법을 보면 닭을 볶지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볶지도 않는 음식을 가지고 볶음탕이라고 말하는 것은 타당한 것인가? 인터넷에서 닭볶음탕을 검색해 나온 래시피들을 보면 볶지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닭과 야채를 볶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먹는 닭볶음탕은 볶지않는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과연 이 닭볶음탕은 맞는 단어일까? 또한 닭도리탕이 정말 일본어 토리에서 나온 말이 맞을까? 사실 토리가 어원이라는 부분도 근거가 빈약하지않는가? 맞춤법의 기준이 참 애매한 것 같다. 어원을 알 수 없다면 그동안 사용했던 것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맞는데 어째서 닭도리탕은 닭볶음탕으로 바꿔야하는가? 일각에서는 닭도리탕의 도리는 도리다 라는 지역 방언이 어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어느쪽이 맞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알 수 없다면 바꿀 이유도 없는 것이다.

닭볶음탕이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은 닭을 볶는 진짜 닭볶음탕만 드시길 바란다. 볶지않으면 닭볶음탕이 아니지않는가?